선진화된 정치의식을 가지지 못한 한국에서 압축성장한 경제 만큼의 변화를 바란다는건 무리라는 생각이 근래 부쩍 드는 이유는 바로 뉴타운 문제 때문이다.

십여년전 새누리당의 이명박 서울시장은 뉴타운을 입안하고 보수언론은 하루가 멀다하고 아파트값 상승을 이야기 하며 부추키면서 참여정부의 집값안정 대책을 소용 없게 만들었다. 거센 쓰나미 앞에서는 아무리 튼튼하게 지어놓은 방파제도 소용 없는 법이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니 사람들은 참여정부의 실정으로 북에 퍼주기 한 일(햇볕정책의계승)과 부동산폭등을 들고 있다. 사실 이 쓰나미는 부추킨 사람들 외에 거기에 참가한 국민들 탓이 가장 크다. 스스로 쓰나미를 만들었다는 말이다. 국민들이 참여한 쓰나미인탓에 정부가 막을 수 없었다. 그걸 강력하게 막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지만 민주주의가 과거로 회귀하지 않는 이상 불가능한 이야기일 뿐이다. 결국 부동산 광풍은 전세계적으로 버블붕괴가 일어나는 와중에 같이 무너졌다. DTI규제가 결정적이긴 했지만 시기가 무르익지 않았다면 그런 규제도 별무소용이었을 것이다.

18대 총선 당시 이미 부동산 경기는 사그라들 조짐이 분명히 드러나고 있었는데 새누리당은 잘 추진해보겠다며 큰 소리친 여러 후보들이 전국적으로 대거 당선되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돌아 보면 정작 뉴타운이 잘 마무리 되고 좋은 평가를 받은 예는 한건도 없다. 그런데도 또 다시 19대에서 새누리당이 총선에서 대승을 거두었다.

지역적 갈등이나 세대간 갈등은 사실상 한국인들의 정치의식이 높아질수록 개선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리 걱정하지 않으며 물리적인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니 조급해 하지 않고 기다릴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뉴타운을 입안하고 추진하던 주체가 국희의원이 되고 자치단체장이 되며 심지어 대통령까지 되었는데, 보여준것 없이 상황은 악화만 되었음에도 또다시 그런 당이 19대 총선과 18대 대선에 이기게 되었다는게 나는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대선 이슈이기도 했던 박정희와 박근혜, 그리고 여야가 다투는 여러 사안들은 아직 한국의 국민들에겐 남의 일로 생각될 뿐이다. 정치가 곧 생활이라는걸 알지 못하는 낮은 정치의식 때문이겠지만 시간이 필요한 문제이므로 지켜볼 수 있는 반면, 어찌 된게 뉴타운으로 재미는 보고 해준것도 없는 당을 심판할 생각은 하지 않고 또다시 밀어주는 심리는 이해하기 어렵다.

지역갈등? 영남과 호남의 표심을 가르는 이 지역정서는 그 무엇도 깨트리기 힘든 아주 강력한 장벽처럼 존재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보다 유일하게 더 강력한게  있으니 내게 체감적으로 다가오는 손익계산이다. 직업군인은 월급 올려준다는 당을 찍으며 다른 이유는 듣고 싶지도 않다고 했다.(실제로 들은 말이다) 대기업 하청업체 직원은 부자 감세는 옳지 않은 일인거 같긴 한데 내가 일하는 직장이 잘 되려면 새누리당이 되어야 한다고 말하며 다른 어떤 이유도 자신의 결정을 바꿀 수 없다고 했다.

그런데 뉴타운 문제는 이런 손익계산의 범주를 벗어났다. 내게 고통을 준 당의 말을 믿는 그 어리석음에 질려 버렸다. 앞서 말한 직업군인과 같은 생각에 나는 동의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잘못된 생각이라며 나무랄 생각도 없다. 국민 한사람 한사람의 선택은 모두가 존중받아야 마땅하고 남이 평가할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뉴타운 문제를 꺼내는 것은 이 해괴한 사업을 바라보는 정상적이지 못해 보이는 그런 생각들 때문이다.

20평도 채 안되는 작은 집을 가진 이웃분은 뉴타운이 잘 되면 똑같이 20평짜리 아파트가 주어질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분담금이 발생한다고 말해주어도 그건 큰 평수 사람에게나 해당되는 일이라며 말도 하지 마라는 듯 손사레를 쳤다. 듣고 싶지도 않다고 했다. 그런데 아직 사업주체(추진위,조합)가 없는 지역들은 사업성이 어느정도 괜찮다는 말까지 들었던 지역을 포함해 100% 취소결정이 내려지고 있다. 미온적이며 지켜만 보던 사람들이 돌아선 결정적인 이유는 다름 아닌 실태조사로 드러난 분담금의 존재 때문이다. 아마 어떤 설명도 통하지 않던 이웃분도 분담금이 최소 1억 이상 들어간다는게 확인되면 돌아설 가능성이 매우 높다.

참여정부의 5년은 거의 모든 지표가 양호하고 한국은 앞으로 두걸음 정도는 내딛는 성과를 거두었다. 그런데 부동산으로 발목이 잡혔다. 그 부동산 폭등의 주요원인은 뉴타운 때문이었는데 말이다. 물론 세종시 문제도 있지만 지역균형발전의 큰 뜻을 이루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다. 다시 말하면 부동산 폭등에 대한 책임을 참여정부체 묻는다는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인공 방파제를 수십미터는 쌓아 올려도 될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고 해도 쓰나미는 막을 수 없다.

나는 앞으로의 5년이 걱정이다. 필자가 보는 박근혜 당선인은 이명박정부와는 조금 다를 것 같다. 아니 그렇게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그래도 아쉬운건 지난 5년간 감당할 수 없을 만큼 급증한 국가채무를 다시 정상화 시키고 앞으로 닥쳐올 세계 경기의 장기침체기를 견뎌낼 내실을 다질 대통령이 필요한데, 박근혜 당선인은 그런 스타일의 인물이 아니라는 점 때문이다. 솔직히 필자는 나라가 이렇게 어려우니 다같이 고통을 분담하자고 말할 줄 아는 사람이 책임있는 자리에 앉아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미국인들은 오바마를 다시 선택했던 것이고.

이 사람 저 사람 해달라는거 다 해 줄 수 없는 상황이 아님에도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내게 이익이 될 것 같다는 생각에 투표한 사람들이 있다면 너무나 안타깝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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