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1994가 전 시즌에 비해 두드러지게 달라진 점이 있습니다.
바로 OST의 비중이 비약적으로 높아진 것이죠. 1997 역시 당시 배경이 되는 시대적 분위기를 맘껏 느낄 수 있는 온갖 소품과 이슈들이 등장했지만 이번에는 이런 분위기를 훨씬 더 강조 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마지막승부 - 김민교

세월이 지나가면 진정한 이슈가 되는 작품이 무엇인지 판가름하게 되는데요. 이 당시 인기 있던 그 수많은 드라마 중에서 마지막 승부가 가장 많이 언급되고 회자 되는 이유는 다름 아닌 아직 현역으로 활동중인 장동건과 90년대를 빛낸 여배우 중에서 톱 1~2 중에서 고현정은 돌아왔지만 연예계 은퇴 이후 작품활동을 하고 있지 않은 심은하 때문일 것입니다.

돌이켜 보면 응답하라1994가 얼마나 리얼한 작품인지 알 수 있는데요. 드라마를 안 봤거나 현재 학생들이라면 알 수 없겠지만 스쳐지나가는 장면임에도 당시 시청했던 사람이라면 한결같이 느꼈던 "저키에 덩크를. 무리수" 라고 생각하면서도 오늘날 '수지'가 국민첫사랑이라 하듯이 아련히 심은하에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있었던 점에서 인기가 많았습니다. 물론 농구드라마라는게 마지막승부 이전에도 이후에도 거의 볼 수 없었던 점도 한 몫하겠지만요.

신인류의 사랑 - 015B

공일오비의 인기는 오늘날 버스커버스커처럼 팬덤이 강한 스타일 이라기 보다는 들어 주는 음악 정도로 요약되겠습니다. 트랜드에 맞는 혹은 조금 앞서 가면서도 감성을 가볍게 터치하는 음악이었죠. 적당히 신나거나 적당히 산뜻하면서도 아련한 느낌을 담은 멜로디에 트랜드를 적극 반영한 가사까지 X세대에게 폭넓은 공감을 얻으면서 상당한 인기를 얻었습니다.

지나간 일이다 보니 요즘 학생들은 구분하기 어렵겠지만 이해를 돕기 위해 말씀드리자면, 방송에 자주 나오지 않으면서도 앨범이 발매 되면 늘 톱10 선호리스트에서 빠지지 않는 그룹 정도로 보면 됩니다. 인기 정상급은 아닌데 앨범 발매때마다 많은 사람들이 라디오를 통해 신청하고 듣고 다닌....상대적으로 더 많은 화제가 되었던 가수보다 더 많이 거리에서 워크맨으로 들었던 정말 말그대로 듣는 음악이었죠.

신인류의 사랑이라는 제목에서 보듯이 공일오비의 노래는 당시로서는 약간의 실험적 성격에 최신유행의 핵심을 콕 찝어내는 가사로 인기를 얻었는데, 바로 그 대상이 X세대였습니다. 어찌 보면 이 노래가 공일오비를 대표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라고 하겠네요. 제목 참 잘 지었죠. 당시에도 화제였지만 세월이 지난 지금도 당시의 느낌을 그대로 떠올릴 수 있으니까요. 비슷한 느낌으로는 변진섭의 '희망사랑' 이상우의 '그녀를 만나기 100m전' 등이 있겠습니다.

 

 

 

 

너에게 - 서태지

서태지 음악은 앨범단위로 많은 분들이 구매하여 들어보셨기 때문에 굳이 타이틀과 수록곡을 구분할 필요 없이 인지도가 높지만 그 중에서도 응답하라1994는 두드러진 특징을 보여주는 부분이 있습니다.

너에게
우리들만의 추억
마지막축제

모두 인기곡이긴 하지만 (인기곡 아닌곡이별로 없죠) 화제가 되고 늘 언론이 다루는 노래가 아니라 서태지음악을 즐겨 듣는 사람들이 가장 좋아 하던 곡들입니다. 시각이 조금 다르죠. 그래서 당시를 기억하는 기사를 찾아봐도 하여가와 컴백홈 등은 자주 다루어도 '너에게'를 비롯해 마지막축제 우리들만의추억등은 상대적으로 덜 다룹니다. 대개 겉으로 보이는 인기가 아닌 서태지의 음악을 진정으로 좋아 했던 분들이나 실험적 성격보다는 대중적인 느낌을 좋아 했던 분들이 자주 들었던 숨어 있는 인기곡이라고나 할까요.

마치 '쿨'의 노래가 방송을 타고 정말 많은 히트곡이 있었음에도 '송인'을 가장 좋아 했다고 말하는 분들이 있는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서울의달

 

서울 이곳은 - 서울의 달 OST 장철웅

마지막승부가 스포츠드라마에 장동건과 심은하가라는 인물덕에 아직도 기억하는 분들이 많다고는 하지만 당시의 인기는 그해를 대표하는 드라마 정도는 아니고, 그냥 젊은층에서 화제가 되었던 정도입니다. 지금으로 치면 30~40대에게 물어볼 경우 거의 모르는 분들이 없을 테지만 이 연령대를 벗어나면 아예 모르는 분들이 훨씬 많다고 한다면, 서울의 달은 지금의 30대 이상의 거의 전 연령층이 기억하는 그해에 가장 많은 인기를 얻었던 작품입니다.

서울의 달의 주인공은 한석규와 채시라가 맡았습니다. 서울 달동네를 배경으로 각자의 꿈을 갖고 살아 가는 우리이웃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었습니다. 이 드라마에서 가장 특징적인 부분이라면 채시라의 순애보적인 사랑이었죠. 제가 기억하는 채시라 주연의 최고의 명작은 바로 이 '서울의달' 과 '여명의눈동자' 입니다. 

 한석규는 부자집 여자를 꼬셔서 인생 역전을 해보려고 하고, 최민식은 상경해서 성공하고 싶어 하고, 채시라는 한석규에 대한 지고지순한 사랑을 보여줍니다.

 

응답하라 1994와 OST

음악에는 시대상이 담깁니다. 거의 대부분이 그렇죠. 그런데 이런 부분에 해당되지 못하는 곡이 있다면 잘못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겠죠. 결국 인기를 끌지도 못하고 후일 기억되지도 못합니다. 이걸 바꿔 말하면 당시의 인기곡은 히트친 이유가 분명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당시를 살아간 사람들의 마음에 공감을 불러 일으켰다는 말이죠.

1994년은 90년대 한국가요계 뿐만 아니라 문화적인 부흥기가 도래한 시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군사독재시절의 잔재가 서서히 거두어지고 사전검열이나 금지곡의 해제가 화제가 되거나 응사에도 등장하는 노란머리가 화제가 되는 등 많은 변화가 한꺼번에 몰아쳐 왔습니다. 그리고 그 변화를 가장 먼저 받아 들은 물론 젊은 세대였고, 그런 특징을 가장 확실하게 대표할 만한 가수가 바로 서태지와 아이들이었습니다. 즉, 이런 것이죠. 1992년 서태지 열풍이 불고 이어 하여가, 발해를 꿈꾸며 등 광풍과도 같았던 인기가 몇년 이어지고 나서야 범 대중적으로 받아 들여져 갔던 것처럼 당시의 사회 문화적 변화는 매우 빠르고 강력하게 진행되어져 갔습니다.

많은 것들을 떠올리게 하는 응답하라1994에 등장하는 OST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에 한번더 다루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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