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꾼 이승기기 오히려 짐이 되고 이미연이 여배우 선배와 승기를 같이 챙기는 모습하며 이 모든 케릭터의 조합을 나영석PD가 예측하고 캐스팅 한거라면 정말 그의 감각은 탁월하다고 밖에 설명할 길이 없는거 같습니다.

 

 공항에서 호텔까지 가는 동선이 1화에서 짐꾼 이승기의 초기 케릭터를 만들었다면 2화는 심화과정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콜밴에 물건을 실으면서 소지품을 떨어뜨리는 장면은 시작부터 의미심장했죠.

2화의 주된 소재인 팽이의 저주에 대해 말하기 전에 에피소드 마지막 장면을 먼저 보여드리는 이유는 이승기가 어떤 역할인지 보여주는 상징적 의미가 있기 때문입니다. 제작진들도 방을 잡은 이미연도 방 두개만을 잡아 주어진 자금을 아끼려 했지만 이승기는 그대로 따라가지 않고, 같이 방을 쓰게 되어 불편해할 수 있는 김희애와 이미연을 위해 VJ들이 관리하는 장비들을 모아둔 장비방에서 잘 거라며 찾아온 이 장면에서 평소 어떤 예능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VJ들의 숙소가 적나라하게 보여집니다. 어떤 의도가 없었음에도 1박2일과 같은 리얼 예능에서도 단편적으로만 볼 수 있었던 제작진의 일상이 이승기로 인해 드러나게 되고, 더불어 이승기가 여행에서 덜렁대기는 해도 마음씨가 곱다는 것을 다시금 알려주는 역할도 하는 귀한 장면입니다.

꽃보다할배에서도 나영석피디와 할배들이 제작비를 두고 설왕설래 했던 장면들이 있어서 나PD와 제작진의 얼굴을 친근감 있게 볼 수 있었다면 이승기는 사건도 만들고 그걸 풀어내는 장면도 스스로 만들어 냅니다. 이와 같은 진지하면서도 재밌는 청년은 어디서도 찾아보기 힘들거 같단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네요.

 

 팽이의 저주

 

여배우들은 TV드라마에서 만들어진 배역으로 보여지다가 꽃보다누나에서 비로소 '나'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대한 걱정을 나름 하고 있었죠. 그런데 그런건 그다지 걱정할 거리는 아닌거 같습니다. 만일 꽃보다누나의 출연자들이 아직 어린 나이라면 이야기꺼리가 많지 않을 수 있지만 윤여정과 김자옥 김희애 이미연은 모두 자기 케릭터가 확실하고 살아온 세월만큼 각각 다른 경험을 해왔기 때문에 같은 일을 만나도 다른 반응을 보이게 되어 있고 그런 과정 자체를 나영석이라는 명피디가 스토리를 잘 가공해서 보여줄줄 알기 때문입니다.

나영석PD와 이승기의 환상궁합

1박2일때도 그랬지만 이 둘은 환상적인 조합입니다. 예능에 있어서 스토리는 작가가 만들어 내려고해도 쉽지 않은 일인데 이승기는 자기가 의도치 않음에도 저절로 만들어 지는 케릭터입니다. 그가 보다 열심히 뛰어 다니지 않았다면 윤여정과 김희애가 따로 떨어지는 일도 없었을 것이고, 팽이에 빠져 잠시 한눈을 팔지 않았다면 가까이 있던 환전소를 멀리 돌아 다시 와야할 일도 없었을 것이며, 나PD가 재미있는 에피소드로 편집해 보여줄 거리도 많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꽃보다누나에서 시청자들은 이승기를 통해 많은걸 배웁니다. 이승기의 성장이 곧 시청자들에게 와닿는 공감이 큰 이유는 이점에 있습니다. 분명 남의 이야기지만 내가 겪은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게 이승기의 역할이니 정말 인기가 없을 수 없고 보는 재미가 쏠쏠한 정말 잘 만들어진 프로그램이라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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