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리데이즈가 첫방송을 탔습니다. 별그대의 후속으로 높은 시청률을 기대 하는 사람들의 성에는 차지 못할지언정 좋은 출발이었습니다. 작품의 전개도 좋았고, 출연 배우들의 극중 연기도 좋았으며 굳이 흠잡을 곳을 찾기도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계속해서 SBS드라마가 강세를 띄고 있는 중입니다. 타 방송사와는 매우 극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는 면이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제부터 어떤 점에서 다른지 현재 방영중인 월화 그리고 수목의 쓰리데이즈-신의선물, 그리고 최근 작들을 통해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먼저 포문을 연 것은 tvN입니다. 완전히 새로운 장르라는 것은 사실상 없다고 보는게 맞는데, 신데렐라류나 로미오와줄리엣 류의 작품이 오늘날에도 계속해서 만들어 지고 있기 때문이죠. 그런 가운데 tvN은 새로운 소재를 기존 장르에 보완하는 수준으로의 접목이 아닌 새로운 소재를 전면으로 내세운 작품들을 만들어내 큰 성공을 거두게 됩니다.




잠시 해외로 눈을 돌려 볼까요.

디즈니는 신데렐라류의 보수적 틀을 매우 견고하게 갖고 있는 기업입니다. 한번도 이런 분위기는 바뀐적이 없었고, 90년대를 끝으로 점자 그 기세가 수그러 들기 시작했습니다. 어느정도냐면 역사와 전통이 매우 깊어 수많은 히트작을 통한 꾸준한 수익이 있는 디즈니 였기에 버텼지 왠만한 제작사라면 거꾸러졌을 법한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변화에 먼저 성공한 픽사가 연이어 디즈니를 위협하자 아예 인수해 버립니다. 그리고 몇번의 과도기를 거쳐 등장한게 바로 '겨울왕국'이죠. 작품의 주제도 바뀌었습니다. 엘사는 더이상 '왕자님을 기다리는 공주'가 아닙니다. 자유와 해방을 외치는 디즈니의 새로운 여성상입니다.

지상파 드라마 중 SBS가 가장 발빠르게 tvN이 제시하고 있던 새로운 흐름에 동참합니다. 아니 오히려 더 적극적이 되어 과감한 편성을 하기 시작했고, 그렇게 쌓여온 작품선작 노하우가 한두번에 이어지는게 아니라 한번도 놓치지 않고 흥행연타석을 날리고 있습니다. 과거 MBC가 드라마왕국이라 불리우던 시절에도 한두편 대박이 터지고 나면 또 한동안은 주춤하곤 했는데, 현재 SBS드라마는 연단위로 흥행을 거두고 있으며 주춤할 기미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새로운 장르개척에 있습니다. 아직 한국드라마가 다루지 않은 주제는 무궁무진합니다. 일부러 헤아릴려고 해도 모자랄 지경입니다. 그런데 그 중 상당수는 아직 한국적 정서에 맞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니 선별적인 접근을 하게 되는데, 타임슬립물 제작열풍이 불더니 이능(초능력)을 접목하는 시도로 '너의목소리가들려'는 대박을 터트리며 장르개척의 신호탄을 쏴 올렸습니다.(지상파기준, 케이블은 이전에 이미..)

그런데 타 방송사는 이런 고민을 하지 않거나, 한다해도 깊이는 하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왜냐면 단순접목이 아니라 한국적 접목이어야 하기 때문에 시도해 가며 노하우를 축적해 나갈 수 밖에 없는데, 본격적인 작품 하나를 내어놓지 않으니 아직 깊이 있는 접근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짐작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미드 중에서 명작으로 손 꼽히는 '소프라노스'의 내용은 한국적으로 해석하기란 참 난해합니다. 그러니 '그레이 아나토미'와 흡사한 내용의 의학드라마가 우리나라서 자주 제작되어 방영되고 있는 것입니다. (일부 드라마는 거의 내용을 그대로....)

신의선물과 쓰리데이즈는 미드의 장점을 잘 접목했습니다. 바로 밀도 있는 전개가 바로 그것입니다.

시청자가 눈을 뗄 수 없는 포인트를 감정선에 치우친 그간의 드라마와는 달리 한순간도 시선을 뗄 수 없게 하는 장치를 두고 있습니다. 신의선물에서는 누가 유괴범인지 궁금케 하는 장면을 다수 넣었고, 쓰리데이즈에선 손현주가 분한 대통령의 경호에 문제가 생긴다는 예고편을 본 사람이라면 누가 어떻게 사건을 만들어 내는지 몰입해서 볼 수 밖에 없게 하고 있습니다.

케릭터 구축도 바람직합니다. 등장인물 소개에 한태경(박유천)의 경우 "바람소리도 놓치지 않는다" 라는 문구로 그가 남다른 감을 가진 인물임을 알게 해주고 있고, 극중에서도 그런 면모가 드러납니다. 마찬가지로 박하선이 분한 윤보원은 "모든 일은 작은 불씨에서 시작된다" 라고 표현되어 있는데, 첫회에서 한태경의 아버지를 해한 범인을 쫒는 모습에서 이런 케릭터의 특징이 고스란히 잘 살아나고 있습니다.

물론 이런 것들이 미드만의 특징은 아니지만 적어도 그간 한국 드라마에서 보이지 않았거나 비교적 약했던 부분이므로, 밀도있는 전개와 더불어 한국적 정서에 잘 접목했다는 평가를 내려도 무방하다는 생각입니다.

물론 신의선물과 쓰리데이즈의 시청률이 대박을 터트릴지 아닐지는 지금도 장담하긴 어렵습니다. 그러나, 잘 되면 앞으로 더 잘만들면 되고, 의도가 조금 빗나가도 노하우는 쌓여가는 것이지 타 방송사에 비해 SBS의 드라마 강자로서의 면모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국드라마엔 아직 적용된 적 없는 많은 새로운 소재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가지 생각해봐야할게 있습니다. 개척된 장르에서의 성공은 시청률에서 뿐만 아니라 화제성과 대표성이란 타이틀이 따라 붙습니다. 이미 SBS가 그렇게 하고 있고, 케이블에선 tvN이 먼저 하고 있었습니다. 타임슬립물이 많아져도 대표작은 '나인'으로 손꼽을 수 있으며, 이젠 이능쪽으로는 '별그대'가 대표작이 되어 버렸죠.

쓰리데이즈이 좋은 성적을 거둔다면 이런 새로운 시도가 가장 큰 힘이라는 주장을 전하며 글 마칩니다.

신의선물이 첫방송을 탔다. 이보영과 조승우에 김태우와 정겨운, 그리고 이보영의 딸인 한샛별 역으로는 귀여우면서도 연기 잘하는 김유빈이 등장하는 드라마로 한국드라마로서는 매우 특이한 성격을 가진 드라마다.

 

포탈사이트 드라마 정보에 이미 예측가능한 부분이 일부 드러나 있다.

"사랑하는 아이를 되살리기 위해 시간 여행을 떠나는 엄마의 이야기"

결국 드라마 신의선물 역시 복합장르임을 미리부터 알린 것이다. 재미있는것은 한국드라마에 이능(초능력)이나 판타지적인 설정을 도입하기 시작한지는 꽤 되었지만 본격화 된 것은 '시크릿가든'의 폭발적인 히트 이후로, 제작빈도가 점증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고, 그 출발은 시크릿가든 이었다. 이후 최고의사랑까지는 연단위로 진행되는듯 하더니 잠시 주춤했고, 다시 분위기를 되살린 것은 tvN드라마 '인현왕후의남자'였다. 이 드라마 이후 지상파에서도 타임슬립을 다룬 드라마가 급증하기 시작했고, 반응은 그리 신통치 않았다. 판타지적 설정을 도입하는 과정에 있어서 케이블 드라마는 성공으로 출발한 반면 지상파는 시행착오를 겪은 것이다. 대표적으로는 '닥터진' '신의' 등이 있다.

그런데 다시 한번 tvN에서는 명품드라마를 탄생시킨다. 바로 '나인' 한국 드라마 역사상 한번도 접해본적 없고, 흔히 돌아 다니는 판타지소설에서도 본 적 없는 독특한 설정에 긴박감 넘치는 전개로 시청자들의 높은 호응을 얻어냈으며 포맷이 해외로 수출되는 쾌거를 올리기도 했다. 그리고 SBS에서 절치부심한 흔적이 역력이 보이는 히트 연작을 내니 '너의목소리가들려' '주군의태양' '별에서온그대'다.

과거 MBC가 누렸던 드라마왕국이라는 표현은 이제 SBS에 넘어갔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닐 정도의 연이은 성공이다. 이런 작품의 성공배경은 판타지적 성격을 주된 소재로 활용하되 결코 무겁지 않게 라이트하고, 한국드라마 시청자들의 정서와 절묘하게 절충되어 부담 없이 볼 수 있다는데 있다. 필자가 전에도 누차 주장하는 바 판타지적 설정에 구차한 설명을 할 필요는 없다. 그래서 판타지 아닌가. 미국처럼 첨단 테크놀러지를 등장시켜 이런저런 설정을 붙여가며 아이언맨을 만들어 낼 필요는 없다는 이야기로, 앞으로는 어찌 될지 모르지만 현재까지는 이렇게 라이트하게 접목하는게 현명한 판단이다. 한국 문화가 일본과 미국의 영향을 많이 받지만 일본의 디테일한 설정이 모두 한국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것을 '닥터진'이 증명한 바 있기도 하고.

 

나인일부에선 역대드라마중 최고라고까지 부르는 바로 그 문제의 작품 '나인' 훗날 이 아홉번의 시간여행이라는 부제를 갖는 이 작품이 한국 판타지 드라마의 본격적인 부흥을 불러일으킨 장본인이라는 이야기를 듣게 되지 않을까

 

 아직 보여줄게 많은 신의선물

과거로 시간여행을 떠나는 엄마의 이야기를 그린다는 타이틀에 부합하는 내용이 아직 등장하지 않았다. 마치 일드와 미드를 보는듯한 매우 빠른 전개에 많은 등장인물을 무리 없이 소개한 첫회만 보아도 드라마의 퀄리티를 느낄 수 있다.

최근 1~2년 사이에 방영한 드라마 중 결국은 성공적인 시청율로 종영하였기에 따라 제목을 언급하지는 않겠지만, 초반 등장인물들을 소개 하느라 바빠 완급조절을 하지 못한 드라마가 거의 대부분이었다. 물론 '신의선물'처럼 스피디한 전개에 다소 부담을 느끼는 시청자가 없는건 아니지만 적어도 무리한 수준은 아니며, 과거의 어떤 드라마보다 훌륭한 하이 퀄리티 였다.

첫회에서 보인 이런 인상적인 전개에 이미 점수를 주고 싶은데, 거기에 아직 나오지도 않은 타임슬립의 설정이 어떠할지 궁금하다. 이제 흔한 설정이 되어 버렸지만 '나인'처럼 아홉개의 향, 그리고 20년 전의 30분간이라는 제한된 시간여행과 같은 독특한 설정이 있다면 이 작품 뿐 아니라 다른 어떤 드라마에도 통용될 수 있는 소재다. 물론 너무 자주 반복되거나 독특하지 못한채 남발되면 기대만큼의 성과를 결코 거둘 수 없을 것임도 말하고 싶고.

미국드라마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긴박감 있는 이야기 전개를 한국드라마에서 볼 줄은 몰랐는데, 이런 긴장감이 다른 드라마에 없다는게 아니라 방법적으로 그렇다는 이야기다. 다른 말로 하면 밀도 있는 전개라 말할 수 있으며, 여기저기 유괴범의 흔적을 남겨 궁금증을 유발시키는 연출 역시 몰입도를 극도로 끌어 올린다.

사실 부담된다고 말하는 반응은 대개 이런 높은 몰입도의 작품을 선호하지 않는 시청자들일 것이다. 편안하게 감정의 굴곡을 느끼고 싶은 경우라면 더욱 그렇다. 다시 말해 신의선물의 최대 복병은 이런 유형의 드라마를 좋아 하는 시청자층을 모두 불러 모아야 하며, 그렇지 못할 경우 경쟁작인 기황후에 크게 못미치는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단 필자는 긍정적으로 보는게 전에 없던 퀄리티를 보여주는 시작에서부터 진가를 알아보는 시청자들이 몰릴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스피디한 전개는 남성층을 불러들일 것이고, 이보영의 눈물 연기는 여성층을 불러 들일 것이며, 기동찬 역의 조승우는 형사출신 심부름센터의 대표로 김수현(이보영)과 얽히고 설켜 가며 아마도 이 드라마를 풀어가는 중심인물이 될 것이다.

 한지훈 역의 김태우는 어느정도 예측이 가능한게, 바로 등장 비중은 높지 않으면서 극의 중요 포인트에서 어떤 변수적 역할을 할 것이며, 정겨운이 맡은 현우진은 조금 아쉬운 케릭터로 그는 조금씩 자신의 비중을 높여가야 하는데 자꾸 주인공급이긴 하나 극의 중심인물에서 비켜가는건 좋지 못한 선택이다. 왜냐면 그간 여러차례 그런 역할을 맡아 온것은 내공의 축적과정이라 생각되지만, 변화 없이 반복되는 것은 아직 젊은 나이의 연기자에게는 조금 아쉬움을 느낄 수 밖에 없다. 가장 이상적으로는 '신의선물'이 '별그대'급의 히트를 치면서, 정겨운의 연기 변신도 볼 수 있는 것. 사실 연기스타일 전체를 바꿀 필요는 없고, 매우 인상적인 포인트만 만들어 낼 줄 알면 된다. 작은 차이가 큰 차이를 만들어 낼 수 있으므로...

 

 

이렇게 '신의선물'은 이보영 조승우 김태우 정겨운이 유괴된 샛별이의 실종 사건을 매개로 서로 다시 한번 얼키고 설킨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는 작품으로, 한국 드라마의 또다른 새지평을 열 작품으로 생각된다. 이보영의 전작 '너의목소리가들려' 의 소재는 낯설지 않은 익숙함을 갖고 있지만 한국드라마에 접목된 적 없었기에 높은 호응을 얻을 수 있었고, '신의선물' 역시 그렇다. 미드와 일드를 시청하는 분들이라면 결코 낯설지 않는 설정과 전개지만 한국 배우들이 한국적 정서에 맞는 대본으로 만들어 나가고 있기 때문에 특별하며, 필자의 개인적인 추정으로는 기황후가 종영되기 전까지 넘어설 순 없더라고 하더라도 근접하는 수준까지는 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 지금까지 기황후와 같은 독주하는 드라마가 있는 경우 후발주자가 쫒아간 경우가 매우 드물지만 '신의선물'은 기대해 볼만 하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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