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의 승부수

민주통합당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밀실추진의 책임을 물어 김황식 총리 해임건의안을 17일 국회에 제출했다. 너무나 오랜만에 보는 박지원식 승부였다.

이런 경우를 두고 필자는 질 수 없는 게임이라 표현한다.

통과가 되면 좋고 안되도 그만인 경우니까. 올곧은 정의를 외치는 것도 좋지만 전략적 승부도 걸줄 알아야 하는데 그게 부족하다는게 그간의 민주통합당에 대한 진보세력의 불만 아니었던가.

민주당은 해임건의안에 "국민과 국회의 의사를 무시한 채 한 일 정보보호헙졍 체결을 추진해 국내적 갈등과 외교적 망신을 초래한 정부의 행태는 마땅히 비난 받아야 하며, 그 책임선상에 있는 국무총리와 국무위원은 그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의는 빚었는데 책임지는 사람이 없는 경우를 국민들은 가장 싫어 한다. 누적된 불만이 너무나 많아서 누구라도 책임을 지지 않으면 불만은 더욱 심화되고 그 심화된 불만은 어떤 형태로든 터져 나올 상황에 이르렀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의 대여 공세의 정점을 찍는 절호의 기회가 온것이다.

정치나 정치 어떤 분야든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다. 세상일은 단순하게 풀어봐도 쉽게 해답이 나오는 경우가 적잖다. 해임건의안이 통과되면 이미 끝없는 낭떨어지로 떨어지고 있는 MB정부의 추락을 더욱 가속화 시킬 것은 자명하고 나아가 새누리당에 치명적 위기가 찾아오게 된다. 설령 통과되지 않더라도 많은 비판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사안이다.

 

권투 경기에 비유해 보자.

잽이란 한대 맞아봐야 맞는데 익숙한 선수들에게는 아무런 위협이 되지 못한다. 그런데 이 잽이라는게 두가지 변수가 존재한다. 하나는 상대가 체중을 실은채 들어오는 와중에 맞으면 강력한 훅에 못지 않은 데미지를 받게 되고 심지어 칼끝같은 정교한 타이밍일 경우 다운까지도 될 수 있다는 것이고 두번째로는 연속 잽을 당할 경우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다음 큰 한방을 맞을 수 있게 된다.

어퍼컷이나 훅도 마찬가지다. 띄엄띄엄 열번 때리는 것보다 연속 3연타가 훨씬 위력적이다. TKO는 대개 이런 경우에 나오게 된다.

현재 정부여당은 한일정보보보협정 뿐 아니라 박근혜의 516발언, 정두언 체포동의안 부결로 온통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상황에 처해 있다. 이 와중에 만일 김황식 총리 해임건의안이 통과돠면 엄청난 파장이 일 것이고 부결되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상대방의 데미지가 누적되어 있는데 같은 힘으로 상대와 내가 동시에 펀치를 뻗었을 때 상대방이 맞아도 좋고 안 맞아도 상관 없다. 데미지가 쌓이면 있던 체력도 바닥나게 되는데 그런 와중에 큰 펀치를 맞으면 실신시경으로 갈 것이고 안 맞아도 큰 펀치를 날린 상대는 더 큰 체력소모로 집중력을 잃게 된다.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은 그런 상황이라는 말이다. 내가 날린 펀치가 맞지 않아도 상관 없다. 데미지가 누적된 상대나 체력에 손상이 심하지 멀쩡한 사람의 체력은 금새 회복되고 마는 법이니까.

검찰개혁과 검찰소환

박원내대표는 "솔로몬이나 보해저축은행 어디서도 금품을 받은 사실이 없다. 저 뿐 아니라 어떤 정치인도 말썽이 난 그곳에서 로비를 위해 돋을 받을 사람은 한명도 없다"고 강조 했다. 검찰 입장에선 일단 손해 볼 것 없는 게임이라는 생각을 했는지도 모른다. 그런나 앞선 경우와 이번 경우는 전혀 다른 일이다.

검찰은 이겨도 본전이고 지면 치명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민주당에서 맞지도 않는 여야균형 물타기 수법이라며 대선 자금 수사에 대한 물타기를 지적하고 나서는 것은 다 이런 이유 때문이다.

"어제 (최시중의) 대선자금 고백이 터져나오고 제가 국회 정당대표 연설 통해서 이명박, 박근혜 검찰을 강하게 비판하자 정치인이 검찰 소환은 일정을 사전에 조율하고 발표하는게 관례지만, 저에겐 아무 일정 조정도 없이 급조해서 소환통보 했다"고 했다. 자신을 희생양으로 삼으려 한다는 것을 백전노장은 잘 알고 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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