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보고싶다'의 전개가 막장이 아니고 무엇일까? 1,2회가 나름 좋은 평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막장의 분위기가 어느정도 느껴지긴 했어도 아역들의 호연이 기대를 벗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진구는 지난 몇번의 드라마를 통해 흥행불패의 몇안되는 아역배우 중 한명으로 이름을 올렸고, 이번에는 예전보다 한층 성숙한 모습으로 돌아와 호연을 펼치면서 드라마의 흥행공식에 한걸음 다가서는가 싶게 하였다. 마찬가지로 김소현도 아버지의 누명으로 상처입고 살아 가는 이수연역을 정말 훌륭하게 소화해 내고 있었다.

나는 이 글에서 주장하고 싶은게 막장전개의 한계선은 꼭 긋자는 것이다. 미국처럼 유료채널도 다양하고 그 채널이 이름만 있는게 아니라 활성화 되는 그런 단계로 간다면 강한 자극이 필요한 시청자들은 그런 채널을 보면 되는 것인데 한국의 지상파가 꼭 다양한 연령층이 시청하는 시간대에 불필요해 보이는 장면을 넣으며 시청을 강요하다 시피 하고 있다는건 너무나 불편해 보이기 때문이다.

미국에는 HBO라는 채널이 있는데 이 방송국은 리얼함을 추구하기 때문에 진안한 장면도 극의 내용에 필요해 보인다면 서슴치 않고 보여준다. 대신 작품의 완성도를 위해 필요하다 싶은 부분을 보여주는 것이지 무리해서 넣는 식은 아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확실히 수위가 쎄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보여줄만한 채널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는가 하면 시청자들의 선택권이 제한되는 지상파 방송에서 수위가 높은 장면을 나는 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보고싶다' 에서 한정우와 이수연은 비오는날 만나기로 했다가 납치되었다. 그리고 괴한은 수연에게 몹쓸짓을 했다. 그게 방송에 나왔다. 나는 이런 장면들이 아주 불편하다.

이 뿐만이 아니다. 근래 무심코 주말드라마인 메이퀸을 보다가 놀라운 장면을 목격했다. 바로 주인공을 차로 치는 장면이었는데 그 차 안에는 다른 사람도 아닌 주인공의 한사람인 재희가 타고 있었다. 나는 이런 전개가 너무 흔하게 나오는 드라마가 불편하다. 작품의 완성도를 위해 할 수 있는 어떤 중요한 변곡점에서 반드시 필요하다고 납득이 되는 그런 상황이 아니라면 이번 뿐 아니라 언제든지 불편할 것이다. 메이퀸이라는 작품내내 막장 전개가 얼마 없는 상황에서 갈등이 극에 이르다 못해 터지기 직전 박창희가 발머둥 치는 과정에서 무언가 비정상적인 선택을 하는 정도라면 어느정도 수긍해 줄 수 있으나 극이 전개되는 중간 중간 막장코드가 들어 가는 것은 시청하고 싶지 않게 만드는 결정적 요소로 작용한다.

요즘 시청자들은 막장 전개에 아주 질려 버렸다. 그래서 '다섯손가락'도 비난을 들어 가며 낮은 시청률로 고전했던것 아닌가. 그런데 경쟁작인 메이퀸이 그런 선택을 하고 있으니 참으로 딱할 노릇이다.

최근 '마의'가 초반 부진을 딛고 서서히 상승 흐름을 타고 있는건 착한 전개 때문이 아닐까 싶다. 막장 코드가 없어도 충분히 재미 있을 수 있다는걸 보여주는 모범사례로도 생각될 정도로 이병훈표 드라마의 특성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개인적으로 '보고싶다'의 시청을 그만둘 것이다. 이유는 다름 아닌 막장 전개를 벌써부터 이렇게 대놓고 드러내는 드라마는 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심지어 시청거부 운동도 벌이고 싶은 심정이다. 아무렇지도 않고 극단적 행동을 서슴치 않는 드라마를 내가 굳이 봐야할 이유가 없다. MBC는 이런 막장 전개를 보여주고 싶다면 MBC의 다른 채널의 오리지널 드라마로 제작편성해서 방영하길 바란다. 불과 3개의 지상파 방송국만 있는 한국에서 3사중 두 드라마가 막장 코드를 보여주면 어떤 드라마를 보라는 건가. 이러니 드라마 한편이 40%를 넘기도 했던 명작 '선덕여왕'과 같은 드라마는 안보이고 3사의 시청률을 합쳐도 40%가 안되는 상황이 이리도 오래가고 있는것 아닌가. 매니아들만 보는 드라마를 만들어 놓고 한류에 힙입이 수출실적이 조금 괜찮으면 그게 마치 엄청난 흥행기록인양 말하는 사람들이 종종 보이는데 이또한 답답한 노릇이다. 다수의 대중은 인터넷에서 글이나 댓글로 잘 표현하지 않는다. 객관적인 글을 써도 매니아들은 자신이 좋아 하는 드라마가 흥행대박이었다고 말한다. 알고 보면 평균 10%대 초반에 최종적으로 15%에 머물렀던 드라마들인데도 자화자찬을 하고 있는 것이다.

진정으로 경쟁력 있는 컨텐츠는 막장이 없어도 성공하고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으로 흥행몰이를 할 수 있다. 잘되는 드라마는 다 잘되는 이유가 있기 마련이고, 막장으로 화제가 된 인어아가씨나 점찍고 사람이 달라지는 아내의유혹과 같은 경우가 늘 상 있는 흥행공식은 아니라는걸 드라마 제작국만 모르고 있다. 경쟁력 있는 극본에 매달려야 할 판에 여러 흥행공식을 모아놓고 중간중간 막장 코드를 짜집기해 넣어 관심을 끌어 볼까 하는 궁리만 하고 있는것 아니냐는 의심도 든다. 지상파로 치면 40~50%의 시청률로 환산해 볼 수 있는 케이블 드라마 '응답하라1997'은 최종시청률 9%대의 경이로운 기록을 낸 바 있다. 바로 얼마전 일이다.

탄탄한 극본, 구성과 연출이면 예나 지금이나 시청자들은 알아봐 준다. 당장 한편한편 돈내고 봐야 하는 영화와 달리 드라마의 호흡은 기므로 잘만 만들면 기회는 많은게 드라마다. 그래서 쪽대본이 비난을 받으면서도 아직 유지되는 가장 큰 명분이 바로 시청자 반등을 반영할 수 있다는 것인데, 너무 극단으로 치닫으면서 실시간으로 실망감은 퍼지고 있다. 부디 막장코드가 다른게 아니라 이런전개가 막장전개임을 알았으면 좋겠다. 부족한 아이디어는 미리 충분히 궁리해두었어야 하는거 아닐까. 우리는 무언가 무딛히는 문제가 있을때 그 해법을 '궁리' 한다고 한다. 궁리한 결과가 드러나는 드라마가 진정으로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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