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이의 신곡이 22일 발표되었다. 박진영 특유의 느낌이 강하지는 않지만 어느정도는 묻어 있는 발라드이다. 그런데 이하이가 부르니 왠지 더 괜찮게 들린다. 이하이가 대세는 대세인가보다.

"그 어떤 사람도 시간이 지나면 변하고 마는걸 왜 난 모르냐고..."

허수아비라는 노래가 주는 느낌은 전형적인 발라드이므로 감상포인트는 가사라고 할 수 있다. 박진영의 가사는 늘 그렇듯이 수준급이다. 멜로디나 곡의 구성은 내 취향과 맞지 않는 경우가 잦은 편이지만 기본적으로 곡의 퀄리티와 더불어 가사의 만족도는 항상 높았다. 이번에도 다를 바 없다. 흔하디 흔해 보이는 가사말을 잘 조합만 해도 훌륭하게 뒤바뀔 수 있는데 좋은 가사란 특별히 어려운 단어들을 조합하는데서 나오지 않고 쉽고 간결하면서도 멜로디와 어울러 감정이 전달되면 금상첨화이다.

 

만일 이 곡에서 박진영의 느낌이 조금 만 더 짙게 배어 있었어도 안 맞을 뻔 했다. 다행이 일정 부분 느껴지는건 어쩔 수 없지만 이하이의 컬러를 덮을 정도는 아니다. 그런데 왜 박진영은 이하이에게 곡을 주었을까?

내가 볼때 근래 표절시비가 있는 상황이다 보니 정면돌파에 나선게 아닐까 싶다. 대세인 이하이에게 곡을 줌으로서 작곡가의 위상에 흔딜림이 없다는걸 보여주고 곡이 히트하면 또 그것대로 좋은 1석2조의 효과를 노린것으로 풀이해보는 것이다.

 

곡의 분위기와 가사의 매치는 정말 훌륭하다. 특히 이곡이 인상깊은건 이하이의 목소리 때문이다. 장르에 구애받지 않는 무한대의 매력을 갖고 있다는 느낌이다. '1234'를 부를 때만 해도 이하이의 음색의 장점을 반쯤은 살렸는데 조금 아쉬운거 아니냐는 생각이 있었지만 이제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가진 장점이 많아 어떤 방식으로 보여줘도 다 매력적이 되어 버린다.

박진영은 아마도 이런점을 간파한듯 싶다. 자신의 곡을 조금 더 잘 표현해 낼 수 있는 이하이에게 곡을 줌으로서 작곡가로서의 위상을 지켜낼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선택은 없을 것이 아닌가. 물론 필자의 생각에 박지민은 어울리지 않지만 백아연에게는 어느정도 어울려 보이기도 하는데 굳이 이하이를 선택했기에 하는 말이다. 백아연에게 주었어도 어울렸을 노래라는 느낌은 여전하나 이하이가 조금더 잘 소화해 낼 것이란 생각도 여전하다. 그러니까 박진영은 소속가수내에서 답을 찾지 않고 밖에서 찾았던 것인데, 탁월한 선택이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그가 이런 정면돌파를 자주는 아니어도 가끔은 써먹어도 된다고 생각한다. 자주 써먹으면 소속사에서 서운해 할 것이지만 어짜피 그는 자신을 중심으로 생각하는 부류이므로 회사와는 별도로 작곡활동도 활발히 하는게 그의 가수인생에도 이득이 될지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이하이의 신곡 '허수아비'는 아주 강렬한 느낌을 주진 않는다. 그러나 가을에 이어 겨울이 다가오고 있는 이 즈음에 조용히 감상할 수 있는 '듣는노래'로 아주 충분한 매력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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