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트니코바 보다 잘한 아사다마오와 카롤리나 코스트너를 위한 변명

우리나라에서 김연아가 인기가 많듯이 아사다마오는 일본에서 많은 인기가 있습니다. 이렇듯 피겨를 잘하는 선수가 있는 나라에선 다 그렇게 자국선수를 응원합니다. 김연아 선수의 다큐멘터리에서의 발언처럼 피겨는 단지 스포츠의 영역외에 예술적인 가치를 더하고 있기에 동계올림픽의 꽃이면서 전세계적인 높은 관심을 받는 종목이므로 상위 성적을 가진 선수에의 관심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김연아가 대단한 것은 세계빙상계의 영향력 있는 인물들이 많은 일본이나 미국, 유럽과 달리 수 많은 견제와 질시 속에서도 꿋꿋이 실력만으로 인정받아 왔다는 사실 때문인데, 이것은 바로 예술점수와도 직결됩니다.

 

 

 

 

우리가 김연아로 인해 피겨에 관심을 가지며 점점 많은 것을 알게 되었지만, 예술 점수가 누적된 경기 결과로 인해 높여가야 하는 매우 힘든 과정이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이야기는 아니어서 지금도 모르는 분들이 많습니다. 채점제 경기에서 예술점수는 심판들의 양심이기도 하지만 공인된 절차와 같았던 것입니다.

이러한 관례를 잘 알지 못했을 때는 시니어에 데뷔한 신인이 생각보다 잘했음에도 예술점수가 예상한 것보다 적은 것을 보고 작은 의문을 가졌던 적이 있습니다. 달리 말하면 자신의 진가를 국제심판들에게 점차 알려나가는 과정인 것인데, 뛰어난 선수일수록 그 과정이 매우 짧을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초단기로 압축시킬 수는 없습니다.

소트니코바는 이런 과정을 거의 밟지 않았습니다. 소치올림픽 챔피언이 되었지만 그 전 대회에서 200점의 고지도 한번 밟아본 적 없는 선수입니다. 반면에 김연아, 아사다마오, 캐롤리나 코스트너는 모두 실력을 점진적으로 알려 정상에 오른 케이스입니다.

물론 셋 중에서도 김연아 외에 마오와 코스트너는 피겨계에 영향력이 큰 일본과 유럽계의 버프를 받아온 케이스이긴 합니다만 그렇다고 실력이 크게 부족하거나 비정상적인 수준의 편파판정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물론 없던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실력과 위상이 올라가는 과정중에 있었던 것이지 완전히 깜짝스타가 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또한 김연아는 점수 인플레이션의 주역입니다. 김연아가 130점을 넘기면 일반적으로 110점 정도를 받던 선수는 120점을 받고, 김연아가 150점을 달성하면 120점을 받던 선수가 130점을 받는식으로 점수 퍼주기 현상이 흔히 벌어졌으며, 김연아가 출전하지 않는 해의 세계선수권은 1위가 200점 부근에도 못 닿는 일이 비일비재 했습니다.

주니어 시절 분명히 아사다마오는 가장 주목받는 신예였고, 시니어 데뷔 이후에도 김연아에게 밀렸을 뿐 정상의 선수임은 분명했습니다. 또한 일본 선수에게 유리한 판정을 내리는 경우가 적은 건 아니었지만 김연아가 2008년 이후 완벽한 점프를 완성하고 승승장구 할때에도 아사다마오 역시 각고의 노력을 더해 김연아를 바짝 따라가는 거의 유일한 선수였습니다.

물론 2009년경부터는 확연한 레벨 차이를 보이며 더이상 라이벌이라는말을 하기도 무색할 정도였긴 하지만 그래도 아사다마오 역시 벤쿠버 올림픽 이후로 기초부터 다시 점프의 기본을 다지는 시간을 거칠 만큼 피겨를 사랑하고 열심히 하는 선수였습니다.

 

아사다마오아사다마오가 쇼트에서의 비참함을 극복하고 프리에서 멋진 연기를 마친 후 감격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14 소치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쇼트프로그램에서 아사다마오는 처참한 점수를 받게 되는데 한때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선수에게는 충격적일 수 있는 55점이었습니다. 퀸 연아 에게 묻혀 이슈화가 덜 되었을 뿐이지만 그간의 경력과 전체적인 연기 퀄리티에 비해서는 상당히 낮은 평가 였습니다.

이번 소치 동계올림픽 피겨 심판들의 점수는 일관성이 없어서 더욱 큰 비난의 불씨가 되고 있는데, 캐롤리나 코스트너에겐 비교적 균형잡힌 채점을 했지만 그레이시 골드나 와그너에겐 평균 이하의 점수를 주었고, 오로지 과다 버프를 받은건 소트니코바가 유일 했습니다.  

유종의 미 거둔 아사다마오와 캐롤리나 코스트너

소트니코바의 이번 소치에서이 연기는 과거 김연아가 207점으로 여자 싱글 최초로 200점을 넘기던 당시의 연기에 조금 못미칩니다. 금메달을 목에 건 그녀를 옹호 하는 러시아의 주장은 기술점수에 치중해 있는데, 사실 아사다마오가 더 많은 점프를 실수 없이 해냈기 때문에 많은 피겨팬들은 러시아의 주장이 덧없음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소트니코바챔피언이 되었지만 실상 소트니코바의 연기는 아사다마오보다 나은게 없었다. 예술적은 느낌은 흡사했고, 기술적으로는 오히려 아사다마오가 더 나았다.

또한 두발로 착지하고, 스핀에서의 실수가 연이어 지적되면서 소트니코바의 연기가 무결점 연기가 아님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중입니다. 따라서 기술점수에서는 아사다마오에 비해서도 낮고, 앞서 지적한 것처럼 검증을 거치며 올라가는 예술 점수에서도 더 나을 수 없으니 당연 142점을 받은 아사다에 비해 홈어드밴티지를 감안하더라도140점이 최대치일 것입니다.

카롤리나 코스트너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번 소치에서 은퇴하게 되는 건 김연아 뿐 아니라 마오와 코스트너 역시 그러한데, 이 셋은 모두 유종의 미를 거두었습니다.
코스트너 역시 그간 유럽의 사랑을 받아 실력 이상의 점수를 받은 적이 여러차례 있었지만 이번 소치에서의 소트니코바처럼 엄청난 점수 밀어주기 정도를 받은 적은 없습니다. 다시 말해 러시아는 전세계의 시선을 아랑곳 하지 않고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의 역겨운 오버점수를 준 것입니다.

사실 김연아를 제외하고는 앞서 말한대로 대부분의 상위권 선수들은 대개 피겨대회 주최국이 어디냐에 따라 조금씩은 점수를 더 받고 덜 받고 했었던것은 사실입니다. 오로지 김연아만이 실력으로 우승하면서도 끊임 없는 견제를 받으며 극복해내 점수를 높여갔으니 정말 대단한 것이기도 합니다.

아무튼 쇼트프로그램에서의 처참한 성적으로 일본 팬들에게조차 비난의 목소리를 들어야 했던 아사다마오는 유종의 미를 거두었습니다. 프리스케이팅을 끝내고 바로 울음을 터트린 마오의 심정은 쇼트에서의 충격을 만회 했다는데서 비롯된 것일 수 있습니다. 또한 피겨 인생을 클린 연기로 마무리 했다는데서 오는 만족감과 안도감이 더 컸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해외언론들은 이구동성으로 소트니코바의 연기를 코스트너에 비해서도 좋게 볼 수 없다고 말합니다. 그렇지만 소외되어 거론조차 되지 않은 아사다마오의 프리연기는 코스트너에 못지 않았습니다. 결국 소트니코바는 이번에 은퇴하는 세 선수의 훌륭한 연기에 못미치는 실력으로 금메달을 땃으니 단순한 우연이라고 보기에는 미심쩍은 부분이 많다고 할 수 있고, 이에 세게언론은 집중 포화를 퍼붓고 있는 중입니다. 도저히 받아 들일 수 없는 수준의 점수퍼주기 였기 대문에 카트리나 비트 처럼 대놓고 비난하는 이들이 시간이 지날 수록 더 증가하고 있습니다.

율리아리프니츠카야리프니츠카야갸 쇼트에 이어 프리에서도 넘어지는 실수를 하고 있다.

동계올림픽은 4년에 한번 열리므로 반짝스타가 종종 생기곤 합니다. 사라휴즈 가 그러했었기에 최근 다시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소트니코바는 필자의 눈에는 190점 전후의 선수가 그날 유독 잘해서 200~210점 사이의 점수를 맞을 경기를 펼친 것으로 보입니다. 컨디션을 최상으로 본인 최고의 점수를 경신한 것도 실력이라고 보면 어찌 보면 소트니코바의 평가를 조금 올려주어야 할지도 모르겠으나 그렇다고 이백이십점을 넘길 그런 선수가 아님은 단언컨데 분명합니다. (위사진은 깜짝스타가 되었지만 버림받고 만 율리나 리프니츠카야)

아무튼 소트니코바 보다 더 잘해놓고도 제대로 평가 받지 못한 카롤리나 코스트너와 우리의 김연아 선수 그리고 앞선 둘과 같이 은퇴를 하게 되는 아사다마오까지 각고의 노력으로 정상의 문턱을 오르락 내리락 했던 그녀들은 본인의 힘으로는 유종의 미를 거두었고, 외부적 요인으로는 소트니코바에 의해 그리 달가운 결과를 얻지는 못하고 말았습니다.

이제 우리는 김연아에 의해 무너지고 말 뻔 했던 아사다마오가 각고의 노력으로 꾸준한 성적을 내며 (사실 라이벌급은 안되지만) 라이벌로 불리운 일련의 과정들을 과거의 추억으로 묻게 되었습니다. 다시 볼 수 없는 시간이라는게 이렇게 무섭고도 아름답군요. 엊그제 16세때의 김연아의 얼굴을 TV로 보았던게 엊그제 같은데, 24세가 되어 8년간의 여왕의 통치를 끝내었으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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