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희 전 후보를 지지하는 층은 분명 존재하나 그 비중은 매우 낮다. 채 1%도 되지 않는 지지도로 대선후보 토론에 나선것도 문제라면 문제지만 토론에 임하는 태도 역시 문제였고 아니나 다를까 역풍이 불었다. 앞에서 비아냥 댄다고 내가 먼저 주먹을 날리면 법적 심판과 함께 일방적인 손해를 보는 것처럼 대놓고 상대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해 나왔다고 하는 그녀의 주장은 역풍을 불러왔다. 그리고 그 역할 외에는 한게 없다. 다카키 마사오를 방송에서 직접 언급하는 과감함을 보여 일부의 긍정적 반응을 얻어냈지만 몇일이 지나는 동안 남은 것은 '떨어뜨리기 위해 나왔다' 라는 네거티브적인 면이 부각되는게 전부였다.

소신과 의지만 있으면 다 정치인이 되고 다 리더가 될 수 있다면 한 나라의 지도자를 열명을 뽑아도 자리가 부족할 것이다. 어느 시기에 어느 때와 상황을 만나 거기에 준비된 후보가 대통령이 되고 하는 일련의 과정에 억지로 개입할 수 있는 경우는 군사쿠데타 외에는 없다. 박정희가 그런 인물이었고. 지금까지도 역사적 비판을 받고 있다.

이정희 전 후보는 이제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야 한다. 그게 패배한 문재인을 지지했던 48%의 국민에게 사죄하는 길이다. 정권교체를 최우선으로 한다면서 문재인의 발언기회 자체를 빼앗는 이정희 후보의 선택은 지금 생각해도 아쉽다. 아니 앞으로 계속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99%의 국민이 원하지 않는 후보가 대선 토론회에 나와 동등한 발언권을 가지고 토론한다는게 말이나 되는일일까. 그럼 군소 후보는 토론회에 나오지 말라는 말이냐며 반문하는 분들이 있을 수 있는데, 그런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본래 토론이 최소 십여차례, 많게는 삼사십차례는 열리며 이정희에게도 기회가 주어지게 되는 것이 정상인데, 힘 있는 새누리당은 이런 자리를 피했고 자연 군소후보가 나설 기회 자체가 거의 없게 되었다. 즉 여러 토론에 나설 수 있는 기회를 원천적으로 막은 새누리당을 성토할 일이면서 1%도 안되는 후보가 TV토론에 나선다는 것 역시 그리 바람직해 보이진 않는 일이다.

아무튼 효과에 비해 역효과가 컸으므로 이정희는 그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런데 "야권 단일화 만으로 정권교체를 이룰 수 없다" 고 말하며 이어 "우리가 가야할 길은 민중 속으로, 민중과 함께 헌신하고 단합하는것" 이라고 주장하며 대선토론회에서 본인의 몫으로 기회를 살려냈다는 표현까지 썼다. 그러면서 통합진보당에 대한 근거 없는 소문이 퍼쳤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엔 이정희의 역할은 이미 오래전에 끝났다. 한번 실기하면 다시 재 기회는 좀처럼 잘 오지 않는다. 세상 모든 일에 억울함이 없고 원하는대로만 되면 얼마나 좋을까. 모든 사실관계 보다 우선인 것은 기다려주지 않는 시간이다. 오천만의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공통적으로 흘러가고 있는 시간속에서 작은 다툼과 작은 억울함들은 그렇게 뭍혀 시간과 같이 흘러가게 된다. 이정희는 본인으로 인해 정권교체를 하지 못했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 상당하다는걸 생각해야 한다. 1차 토론의 활약은 결국 효과보다 역효과가 더큰 역풍을 맞았는데 그런 사실도 외면하는 현실인식에 문제가 있는것 아니냐 하는 생각마저도 든다. 진보정치의 미래를 위해서도 새로운 흐름과 새로운 인물이 나서야 한다. 이정희는 이제 그 소명을 다했다. 물러서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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