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학개론, 서연과 승민이 헤어지게 된 이유와 찜찜한 여운

뒤늦게 건축학 개론을 보고 난 소감을 적어 보고자 한다.

나름 멜로물치고 높은 인기를 구가한 건축학개론의 제목은 음대생인 서연이 타 과인 건축학개론 강의에 들어 오는데서부터 스토리가 시작되므로 지어졌다.

영화는 대학교1학년때의 순수한 사랑을 다루고 있는데 실은 그 시절이 청춘과 낭만을 이야기 하기에 적합한 삐삐가 있던 90년대 중후반이어서 설득력이 있다 하겠다. 만일 21세기에 이런 스타일의 첫사랑을 이야기 한다면 쉽게 공감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 영화는 분명 서연의 입장에서도 첫사랑이고 승민의 입장에서도 첫사랑이니 양쪽 모두의 시선이 담겨야 하지만 일단은 이야기를 풀어가는 주인공은 승민이다. 왜냐면 서연의 시선은 그리 많이 담겨 있지 않음으로서 여운을 주려 했으니까. 그리고 그런 여운이 흥행의 한 요인이 되어주었고.

승민은 서연은 서로에게 향한 감정을 서로 느끼고 알고 있다. 바보가 아닌 이상 모를리 없고 실은 첫사랑을 대학생 시절로 묘사한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연애한번 안해본 순진하고 경험도 없고 미숙한 남여라 할지라도 적어도 아주 모르지는 않은 그런 시기의 청춘이 스무살의 대학생이니까.

 

 

 

"승민은 잽을 먼저 한대 맞았다"

바로 GUESS 라고 써 있어야할 브랜드 이름이 GEUSS 라고 써 있어서 안그래도 영화 초반부를 보는 도중 눈에 띄었고 "짝퉁을 입었군" 하고 생각했는데 이것도 하나의 장치였던 것이다. 공감과 복선을 모두 담은 그런 장치 말이다. 공감되는 부분은 그렇게 그 시절 짝퉁 티셔츠는 그렇게 널리 입고 있었다는 점이고 복선 부분은 후일 승민이 서연의 말한마디에 상처를 입게 되는 잽을 맞는 이유가 되었던 것을 말한다.

잘나가는 압서방 선배는 잘생기고 멋져서 많은 여자후배들이 좋아 한다는 설정인데 배수지가 역을 맡은 서연의 입에서 직접 승민의 귀로 올겨간다. 실은 관객들이 알아보라고 말하는것과 같다. 아무튼 관객들의 공감을 얻을만한 장치로 잘나가는 선배는 어김없이 등장한다. 흔한 설정 같지만 비슷한 경험을 한 이들이 적잖으니 억지로 끼워맞춘 느낌은 들지 않는다.

 차를 몰고 온 압서방 선배는 서연을 바래다 주려하고 승민은 차 뒷자리에 타게 된다. 승민이 자고 있는 줄 안 압서방선배는 수지에 대한 관심을 보이면서 "GUESS"의 철자가 틀림을 지적하고 서연은 그걸 동조하고 웃어 버림으로서 이미 서연과 승민의 사이는 갈라짐의 징조를 보인다.

서연과 승민이 연애에 서툴다는건 이런점에서 드러난다.

"GUESS 와 GEUSS 사건"

동경하는 선배 앞이라지만 승민은 한 사람의 남자로서 그걸 듣는 순간 받는 상처는 꽤 크다. 이 영화는 첫사랑의 추억이라는 보다 큰 흐름을 전제하고 있기에 서연의 행동은 비난 받지 않지만 현재진행형 스토리 였다면 비난의 대상이 될 만하다. 물론 남자의 입장에서만...여자들은 달리 생각 할 수 있다. 아직 마음을 확실히 하지 못했던 것 뿐이라고..그러나 남자들에게는 이런 종류의 상처는 꽤 크며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누군가는 승민을 두고 너무 찌질한거 아니냐 용기가 없었던것 아니냐 하지만 사랑에 서툰 남자라 할지라도 고등학생에서 대학생 정도 나이대의 남자들의 자존심이라는건 자신이 잘나고 못나고를 떠나서 일단 수컷의 본능이 침범 당하면 크게 분노하게 된다.

 

건축학개론이 종강하고 종강파티에 나타나지 않은 승민에 토라진 서연은 술에 취하고 선배가 바래다 주는데, 그녀의 집앞에서 기다리던 승민은 서연에게 키스를 시도 하는 선배를 목격하고 선물로 준비해온 모형집을 놓고 집앞까지 가 기색을 살피나 이내 자리를 뜨고 만다. 승민은 GUESS에서 한번 잽을 맞고 덜컥 어퍼컷마저 맞았다. 아직 덜 여문 수컷은 그렇게 되돌이킬 수 없는 상처릉 입는다. 사랑이 보다 소중하다면 용기를 더 낼 수도 있었고 후회할 줄 알았다면 그렇게 꺼지라며 관계를 끊지도 않았겠지만 스무살의 푸른 청춘이 선택한건 포기였다.

여자들이 흔히 오해하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이것이다.
남자의 본능은 자존심과 이어져 있고 그 자존심을 건드리는건 헤어지자는 소리와 진배없다.

선배의 키스를 거절하는 서연. 그러나 방에 들어 갈때 서연은 선배를 방에 들인다. 만일 집에 들어갈 때 와 그 이후 오해였다는걸 밝히는 장면이 있었다면 이 영화는 소수의 남자들에게는 좀더 속시원한 영화가 되었을지도 모르나 아마도 흥행은 어려웠을지도 모르겠다. 이런 에매하게 오픈된 상상을 가능케 하는 요소가 곳곳에서 발견되는데 요즘 인터넷 세대들은 조금은 과거형 사랑방식에 답답해 하기도 하나보다. 서연과 압서방선배가 잤느냐 안잤느냐를 두고 설왕설래 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실은 남자들의 생각은 거의 기울어져 있고 여자들은 반반인거 같다. 하지만 방 내부에서의 모습을 일부 보여주다 마는것도 아닌 아예 안보여주는건 알아서 해석하라는 뜻이다.

그러니까 납뜩이에게 아픔을 호소 하면서 설마 아닐꺼라는 말을 하는 승민을 보면 실은 감독이 전하고자 하는건 그런 일이 없었다는게 아니라 그런 희망을 갖으란 이야기와 진배 없지 않을까? 암튼 보는 사람마다 다르게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대목이다. 아무튼 그 일이후 오해였는지 아닌지에 대한 아무런 대화나 시도도 없고 꺼지라는 승민의 말에 서연은 아무말 없이 받아들이는데다가 이사를 가버린다. 이 영화는 남자인 승민의 시선이 주가 되기 때문에 다른 결론을 내기보다 다른 해석의 여지를 만들어낼 장치가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키스 거절한거 정도로는 약하니까. 아무튼 메인스토리는 첫사랑을 추억하자는 의미고 남자인 승민의 입장에서 상처받은 과정을 그리고 후일 다시 만나 첫사랑을 확인한다.

 참 여자들은 흔히 이런 경험을 해보았을 것이다. 동경하는 남자선배와 가까이 있는 동급생 친구. 서연 또한 마음의 기울어짐에 있어서 잘난 선배에게 적잖게 이끌리고 있었던게 분명해 보인다. 진짜감정의 기울어짐은 물론 승민에게 있었지만...아무튼 그녀는 아무리 연애 생초보라 할지라도 마음을 둔 승민에게 상처가 될 말과 행동을 해선 안됬는데 그러고 말았다.

아무튼 건축학개론 이라는 영화는 승민과 서연이라는 아주 연애 생초보들이 다가서고 헤어지는 과정을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그려내고 있다. 일부에서는 둘이 오해를 풀지 못하는건 이성과 이야기 해야할 것을 친구에게 이야기 해버리기 때문이라고도 하지만 그렇게 해석하는게 오히려 더 이상하다. 일반론적으로는 맞는 이야기나 이영화는 상상하라고 상상하라고 반복해서 강조하는 메시지가 강해서 그런지 생략하는 부분이 지나치게 많다. 아니 감독이 상상하라고 주문하고 있는데 너무나 많은 생략 된 부분을 일일이 다 내 입맛대로 해석하다 보면 영화를 보는게 아니라 내가 소설을 쓰는거소가 같이 되어 버리지 않겠는가. 그러니 친구에게 상담하는것도 실은 그냥 지나간 첫사랑을 확인하지 못한 승민과 서연이 서로의 첫 감정을 확인하는 선 정도를 보여주는 주된 테마속의 한 지엽적인 부분에 불과하다고 나는 보는 것이다.

아무튼 건축학개론의 성공은 또다른 멜로영화의 등장을 기대하게 한다. 본래 흥행작 뒤엔 더 넛든 아니면 못하든 이어지는 장르 영화가 나오기 마련이니까. 가장 흔한게 21세기 전후의 조폭영화임은 두말할 나위 없을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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